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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본] "이렇게해서 차츰 다듬어지는것이 아닐는지요" -유창연(국민대/서울예대 영화과 합격자)
글쓴이 hipost 조회 886
"그러나 이렇게 해서 차츰 다듬어 지는 것이 아닐는지요."

                                                      

        -유창연  (국민대 / 서울예대 영화과 합격)

 근래 집 서가를 살펴보다 예전에 내 어머니가 보시던 오래된 책 한권을 보았다. 그 책은 <킬리만자로의 표범>, <그 겨울의 찻집>, <서울 서울 서울>등 과거 조용필의 히트곡들의 작사가로 유명한 작가 양인자 씨가 쓴 꽁트집이었다. 그 책에서 특히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서문에 있던 양인자 씨의 고등학교 시절 일화다. 학창시절 나름 ‘문학소녀’라고 자부했던 그녀였지만, 어느날 친구로부터 받은 엽서 한 장이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고 한다. 편지, 엽서라고는 ‘오늘 아침에 밥 먹고 학교에 갔는데…’식으로 밖에 쓸 줄 몰랐는데, 친구로부터 받았던 그 엽서에는 ‘비가 올 것 같다’라고만 쓰여 있다는 것이다. 다른 아무 말도 적혀있지 않은 채 그 엽서에는 이 한 문장만 적혀 있었던 것이다. 그때, 엽서의 그 문장 하나에서 받았던 일종의 문학적인 ‘충격’이 오늘날 자신을 작가의 길로 이끌게 된 것이 아닌가 하고 양인자 씨는 회고하고 있었다. 그때의 충격의 감회를 그녀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었다: “우물 밖으로 끌려나온 개구리가 새로운 세상에 패대! 기쳐지는 그런 느낌”

 “우물 밖으로 끌려나온 개구리가 새로운 세상에 내던져지는(원문에 있던 ‘패대기’라는 표현이 다소 거칠으므로 조금 순화해서…;;;) 그런 느낌”…! 작년 정초. 포스트에 처음 수강해서 수업을 들었을 때, 나 역시도 이 기분과 다르지 않았다. 물론 우리가 살아오면서 “우물 밖으로 끌려나온 개구리가 새로운 세상에 내던져지는 느낌”은 수도 없이 많은 것이고, 특히 내가 앞으로 영화과에 가서도 수없이 겪을 경험이자 감회인 것이 틀림지만, 그만큼 포스트에 와서 공부를 한 것은 그만큼 내게 있어 하나의 ‘충격’이었던 셈이다.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했고 동경해왔고, ‘영화를 하고 싶다’, ‘영화를 공부하고 싶다’, 제 딴에는 ‘영화감독’이라는 것을 하고 싶다는 꿈을 꾸어 왔으면서도, 막상 막연한 꿈과 동경만 있고 실질적인 것은 해 본 것이 거의 전무했기 때문이다. 사실 포스트에 와서 ‘창작’이라는 것을 처음 해보게 된 셈이다. 그러다 보니 시나리오나 시놉시스 등, 이야기 ‘창작’이라는 것을 제대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나에게 이야기 구성 글쓰기는! 많이 생경하고 힘든 것이었다.

 깨지고 또 깨졌다. 글 쓰고 또 평가 받을 때마다 막막했다. 지적과 꾸지람도 많이 받았다. 수업을 듣는 다른 이들 보다 내 이야기 구성 글쓰기는 많이 뒤쳐졌고, 또 많이 헤맸던 것 같다. 이야기 구성 글쓰기를 빨리 내 몸에 익히는 일이 필요했는데, 나는 그것이 다른 친구들에 비해 많이 더뎠던 것 같다. 플롯이고 구성이고 뭐고 난잡하고 종잡을 수 없을 만큼 틀이 잡혀있지를 않았다. 글쓰기를 포기해 버리고 펜을 꺾어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영화과 진학, 심지어는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 영화를 하고 싶다는 내 꿈과 소망도 포기해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그럴 때마다 영화과에 가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막막함과 불안, 좌절감만이 더해갔고, 또 몹시 부끄러웠다. 영화와 글쓰기에 대한, 부족한 나의 열정과 노력, 게으름과 나태에 자책도 많이 했고 자괴감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몇 달 동안 수업을 받으면서, 글이 잘 못 나오더라도 꾸준히 과제를 했고 계속 글을 썼다. 글이 비록 엉성하고 꼴나더라도 어떻게든 할 수 있는데 까지 해봐야지 하고 끝! 沮 글을 완성했고, 몇 시간이고 앉아서 씨름했다. 때로는 숙제를 하려고 앉으면, 도무지 어떻게 써야 할지 머릿속이 공(空)의 상태로 변해버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완성된 글을 수업시간에 가져와 평가받을때면 매번 지적과 꾸중을 듣고, 또 좌절하고 낙담하는 일만이 몇 주째 몇 달째 반복되었다.

 그러나 어디 좌절뿐이랴. 수시 2학기 세종대 1차 시험에서(비록 최종에서는 ‘낙방’했지만) 통과 된 후, 내 글쓰기에 대해 조금씩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고, 몇 달이 지나면서 나의 글틀이 아주 조금씩 조금씩은 잡아지는 듯 하면서 다듬어졌던 것 같다. 물론 이야기 구성은 자신만의 색깔과 독특한 아이디어, 이야기의 구성과 완성도 역시 중요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무엇보다 계속해서 꾸준하게 습작을 거듭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익히고 갖추어 질 수 있고, 나아가 글의 틀이 잡히고 조금씩 늘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대 시험인 영화감상문의 경우, 학원을 다니기 이전부터 영화를 좋아했고 꾸준한 관심을 가져왔었기에, 이전부터 줄곧 혼자서 해왔던 것이라 이야기구성과는 달리 조금은 수월하게 접근하고 준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 역시 가장 기본되는 것이지만, 자연히 이들은 영화를 좀 더 세밀하게 볼 수 있는 관찰력과 분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 분석력, 문장력, 감상문의 형식과 구성 등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의 주제’ 즉, 영화를 바라보는 자신만의 독특한 견해와 시각. 그것이 곧 다른 감상문과는 차별화 될 수 있는 감상문에 있어 독창성임을 감상문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매번 강조해 주시었다. 국민대의 감상문 주안점은 영화의 주제와 서사, 그리고 시각적 요소와 영화 전공지식인데, 이 모든 것들이 자신만의 시각을 토대로 갖추어 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영화를 보고 꾸준히 감상문을 작성하는 것 또한 좋은 준비 방법이었다.

구두문답의 경우 영상물과 영화와 관련된 자신의 신변을 주로 묻는 것인데, 무엇보다 구두문답은 영화를 공부하고자 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됨을 알게 되었다. 자신이 왜 영화를 하려고 하는지?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지? 자신에게 있어 영화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등등 “영화와 나”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과 고민이 필요하며, 그것은 곧 자기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구두문답은 틀에 박힌 답이 아닌, 무엇보다 자신의 내부에서 답을 찾아야 함을 선생님은 일러주시었다. 특히 구두문답을 지도해 주신 두 분 선생님 모두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신 것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보여줄 줄 알아야 함을 강조하신 점이었다. 이러한 것들에 대한 자신만의 확실한 생각과 고민이 있다면, 구두문답은 더욱 명확하게 갖추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동안 글쓰기를 비롯해 많은 것들을 세심하게 지도해주신 김창래 선생님, 김덕수 선생님, 한현주 선생님, 최민성 선생님을 비롯하여, 구두문답 세심하게 지도해 주신 임재찬 원장님, 박희범 선생님 등 여러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머리 숙여 감사의 절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다. 영화과에 진학하고 앞으로도 더욱 크게 포스트에 보답하는 것은, 앞으로 내가 더욱 예술인으로 크는 일일 것이다.

 끝으로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분인 소설가 이외수 선생의 글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이 장황하고 어수선한(??) ‘합격 후기’를 맺음할까 한다. 영화과 준비를 하면서 많이 힘이 되었던 말 중의 하나였기도 했고, 앞으로의 있어서 지표로 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끝까지 버티어 보겠습니다. 마지막 피 한 방울이 마를 때까지 온갖 방법으로든 시도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는 모두 실패해 버렸지만 주여 마흔 여덟 장의 화투를 다 모아야만 고도리에서 스톱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필요한 것은 단 석 장이면 됩니다.언제쯤 필요한 석 장이 제게 쥐어질는지 저로서는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보여 드리는 이 서툰 칼솜씨, 많이 실망해 주실 줄 믿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차츰 다듬어 지는 것이 아닐는지요.[…]”

(이외수,《장수하늘소》서문에서…)